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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그리고 남은 마지막 파이 한조각지나가는거 2025. 1. 5. 17:17
사실 대략 10월 즈음부터 이 글 말고, 작성하던 글이 따로 있었다. 아마 2024년이 100일 채 남지 않은 시점, 대략 10월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주제는 졸업까지 1학기 남은 시점에서 지금까지 들던 생각들, 얻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시작했었다. 그래서 쓰던 글을 마저 다 쓸까 했는데, 글쎄 생각해 보니 학기가 끝나고 써도 늦지 않을까 해서 이전 글 일부와 한 해를 돌아보는 글로 바꾸게 되었다.
올 한 해는 돌이켜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이벤트들이 정말 많았었다.
타임라인순으로 적기보단, 이벤트와 내가 느끼게 된 생각별로 한번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아 몇 개 끄적여보았다.
# 온전히 학교를 다닌 첫 해.
슝슝이;우리학교 마스코트. 2024년은 편입 후 처음으로 1년을 온전히 학교에 다녀본 해이다. 내가 편입한 해인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전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재대한 후 복학한 2023년엔 2학기부터 다니게 되었으니, 정말 1년을 다 다녀본 것은 올 해가 처음이었다.
사실 난 정말 학교 다니는 것이 싫었다. 학교에 가면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학교에 가게 만들 구심점이라면 출석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홀로 캠퍼스를 오갈 때는 정말 바다에 홀로 떠다니는 부표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 잘 놀기도 하고, 홀로 있는 것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았던 나 이지만, 글쎄 뭔가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것을 보면 "다들 복학하면 이렇게 다니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아는 사람 없이 편입 첫 해를 보내고 바로 군대를 가서 그런 걸까? 내가 외로움을 타는 줄 처음 알게 된 그런 해였다.
그런 점이 조금은 아쉬운 해였다.
## 이제 더 이상 실험 수업 안 들어도 돼요!
교반을 통한 앙금 생성 중... 드디어 전공필수에 들어가 있는 실험 수업들 다 들었다! 정말 기쁘지 아니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학과에는 총 3개의 전공필수 실험 수업이 있고, 그중 3학년 1학기 과목과 2학년 2학기 과목을 올해 듣게 되었었다. 1학기 실험은 한 주에 예비 보고서와 결과 보고서를 한 번에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고, 2학기 그나마 한 주에 예비 보고서와 결과 보고서가 격주로 있게 되었었다.
다 끝난 입장에서 보자면 3학년 1학기 실험 수업이 조금 더 흥미가 있었고 재밌었다. 1, 2 학년 과목들은 보통 분석장비를 이용해서 결과를 뽑아내고, 반응식과 양론 위주로 다룬다면, 3학년 실험은 본격적으로 열역학, 유체역학을 적용하여 실험 진행 및 결과를 도출하여 조금 더 흥미가 있었다. 이 흥미는 곧 관심이 결과로 이어지는 나에게, 점수라는 결과(3학년 실험 과목 점수가 더 높았다.)로 보여주었다.
실험 수업이 늦게 끝나기도 하고, 보고서 때문에 정말 귀찮았지만, 하나 얻은 점이 있다면 가설 생성과 결과 가공 그리고 정리의 방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립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나의 희망 진출 분야인 인공지능에서도 비슷하게 결론이 나기 전까지의 가설과 검증의 무한굴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나에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능력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 창업? 동아리?
과카몰리컴퍼니 데모데이. 올해는 고등학교 이후, 8년 만에 창업을 하게 된 해이다. 그 당시도 동아리를 주최로 소프트웨어의 제작 판매였지만, 달리진 점이라면 그 당시는 Objective-C를 이용한 프론트엔드에서 이번에는 인공지능, 정확히는 LLM 및 NLP를 이용한 개발을 하게 되었다.
먼저 내 고등학교 친구가 들어가게 되었고, 그 친구와 자주 연락을 하다 보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뽑으려 하고 뽑게 되었는지 들었었다. 그 당시 한 번은 모집 당시 나와 같은 시기에 부스트캠프를 이수한 분이 있다 하여, 뽑는 것을 추천해 준 기억도 있었다. 과정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지라 결과물이 기억이 났었는데, 꽤 인상 깊게 본 결과물에 속해있던 분이기에 친구에게 추천했었다. 그리하여 2023년 말, AI 팀은 3명으로 결성되고, 이후 24년 1월 내가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내가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있었고, 그것이 흥미 있어 들어가게 되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팀이 요구하는 어떠한 서비스 요소와 나의 흥미가 일치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 가장 이벤트 부피 컸던 창업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주머니 털릴 준비 하시라.
우리 서비스는 AI가 중심인 서비스이다. 다른 프론트엔드, 백엔드를 개발하시던 분들이 듣게 된다면 조금 그럴 수 있지만, 정말 들어봤을 때 AI 파트가 없으면 서비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그런 서비스였다. 이런 점에 있어서 AI 팀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결정되게 되는 그런 구조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 팀에서는 품질 향상을 위해 좋은 모델을 가져다 사용했고, 좋은 모델에서 나오게 된 결과를 초점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단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대략 7 ~ 8월 사이에 발생하게 되었는데, 저 당시는 내가 실제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하게 된 시기였다. 지금 와서 얘기하지만, 저 당시 단가 문제로 인해 정말 고생이 많았었다. 개발자는 나 혼자인 사무실에서, 대표와 기획-디자이너를 맡은 분이, 단가에 대한 질문과 기타 질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홀로 답변하기엔 가끔은 어려움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당시 계산을 해봤을 때, AI 팀에서 만들게 된 서비스의 단가는 기획 부분에서 생각한 단가를 꽤 뛰어넘는 수치로 찍히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 발생으로 인해, 단가 축소를 위한 자체모델 도입, 최적화 등 여러 방법을 도입하여 간신히 맞추게 된 기억이 있다.
이러한 사례로, AI 특히 LLM을 이용한 서비스 제작 시, 분명 결과는 잘 나올 수 있으나, 이를 서비스화 하게 될 시 얼마나 큰 snowball로 오게 될지 잘 생각하고 기획해야 한다는 점을 교훈을 주었다. AI는 휘두를 때마다 몇백 원씩 지불해야 하는 마술봉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 같은 목적지도 서로 걷고 싶은 방향이 다를 수 있다.
다른 분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임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추측하자면 서비스 완성이 공통된 목표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서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방법은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한 예로, 개발 단계에서 기획과 개발 간의 의견 조율에 있었다. 개발단에서는 조금 더 나은 성능과 품질 중심, 기획단에서는 빠른 서비스 완성과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다 보니 약간의 상충이 존재했었다. 정말 이상적으론, 좋은 성능과 품질을 빨리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지만, 이는 학부생(정확히는 석사과정 2, 학사과정 2)으로 구성된 우리 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초반에는 나도 성능 및 품질을 우선하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점점 일을 하다 보면 기획 부분의 의견도 이해가 갔었다. 시장 선점과 실제 토스의 초기 사례(이들은 서비스 초기, 서비스에서 송금 요청 시 본사에서 사람이 수동으로 송금을 진행하였다. )와 같이 선개장 후완공을 하는 회사도 더러 있다 하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갔었다.
글쎄, 이 점은 아직도 어느 쪽이 맞다 말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어느 쪽이 맞다 말하는 것도 좋은 답변은 아닌 듯하다.
## 같이 걸어가던 사람들에게 고맙다.
이 팀에 있으면서 이끌려가보기도, 이끌어가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좋은 팀원은 어떤 것일까, 좋은 팀장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팀원이란, 맹목적이지 않은 신뢰를 가지고, 서로 피드백이 가능한 사람이 좋은 팀원이라 생각이 든다. 마치 국가 구성에 있어서 신뢰와 피드백(삼권분리에서의 견제)이 존재하는 삼권분리와 같이, 두 가지가 병행되었을 때 좋은 팀 구성이 가능하다 생각한다.
또, 좋은 팀장은 생각해 봤을 때, 어떠한 테스크 부여 시 당위성과 일의 바운더리를 명확히 설명 가능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는 내가 어떠한 테스크를 받았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테스크를 받게 되면 좋을까 고민한 결과 나오게 된 조건이었다. 그리고 내가 팀장을 맡게 된 당시, 이 조건을 최대한 준수하려 노력했었다. 왜 이 태스크가 지금 필요한지 전-후 사정과 어떤 것이 꼭 수행되어야 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어디까지가 자율적으로 수행가능한지 등 최대한 납득 가능하고, 테스크를 읽었을 때 모호한 점이 없도록 노력했었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보았을 때 우리 팀원들은 상당히 좋은 팀원이었다 생각 든다. 프로젝트 진행 시 같이 crosscheck가 가능하고, 문제점 발생 시 같이 의논 가능하며, 누군가 한 길로 샐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던 그런 팀원들이었다. 배울 점이 많았고, 여러 경험을 선사해 준 팀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공부를 정말 잘했어도, 난 의사는 못했을 거 같아.
혹시 영화에서 사람이 피 흘리는 것을 보고 멀쩡한 사람이 졸도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올해 처음으로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보았다.
8월 즈음 어머니가 코를 수술을 한 일이 있었다. 점막 부분에 문제가 있어 수술하시게 되었는데, 종종 수술하는 경우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인터넷에 찾아보았을 때 큰 수술이 아니어서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나서도 큰 문제가 없어 퇴원하시게 되었다.
그런 뒤 한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퇴근 중 집에서 전화가 왔었다. 갑자기 코피가 터지게 되었는데, 지혈이 않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하셨다. 하필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 대였어서, 가족 모두에게 전화를 하셨던 것이었다. 난 일단 전화 끊고 119를 불러 먼저 가라고 말씀드렸다.
그리하여 병원에 도착한 후 처치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피를 꽤 많이 흘리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나는 서서 손을 잡아드렸었는데,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현기증이 나 쓰러질 번했었다. 마치 머릿속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앞으로 쓰러질것같은 그런 느낌이였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처치가 잘 끝났고, 의사 선생님은 그리 많은 피를 흘린 것은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정말 의사는 내 팔자에 없는 직업이지 않나 싶다.
# 나중에 드루이드 할래요.
빼꼼. 올해는 본격적으로 식물들을 키워봤었고, 꽤 내 적성에 맞아 취미 중 하나로 들이게 된 해이기도 하다. 이전부터 키우고 싶던 수국과 가족들이 추천한 코스모스 그리고 기존에 화단에 있던 식물과 화분들을 키우게 되었는데,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면 꽤 즐거움을 느끼곤 했었다. 특히 너무 덥지 않지만 태양이 쬐는 그런 날 나가 화단의 잡초를 정리하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 은퇴후 하고 싶은 것을 바꿔주었다. 원래는 무인도를 사서 집을 짓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화원이 있는 카페를 하고 싶어 졌다. 처음 생각은 꽃집을 생각했었는데, 그냥 재배된 꽃을 판매하는 꽃집은 재미가 없어 보여, 화원이 있는 카페로 바꾸게 되었다.
먼 훗날 여유가 되면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2025년엔 캘리포니아 양귀비와 플라밍고 셀릭스를 들여와볼 생각이다.
# 몇 년 만에 책을 읽어본 한 해.
그냥. 정말 책과 거리가 먼 나에게, 올 한 해는 무려 3권이나 읽게 되었다. 정보전달을 위한 책 외에 책을 구매한 건 정말 오랜만인 듯하다. 궁금해서 성인 평균 독서량을 찾아보니 24년 4월 기준 3.9권이라 한다.
읽게 된 책은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에 대해 서술한 책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그리고 인간실격이다.
첫 책은 원래 로버트 카파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구매했었다. 뭐라 해야 할까, 책으로 자세히 읽기 전까진 폭죽 같은 삶을 살았던 저널리스트로 생각했었는데, 뭐.. 어느 정도 맞은 생각인 듯싶었다. 책 내용은 로버트 카파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과 그가 살던 시대의 주된 내용도 들어있어서 꽤나 재밌었다. 그의 삶에서 연인이었던 타로는, 그가 헝가리의 어느 이름 모를 사람에서 저널리스트 카파로 완성시켜 준 사람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 동반자가 한 사람을 완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인 것을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나머지 두 책인 사양과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알게 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특히 사양의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읽을 결심을 하였다. 조금은 오글거리는 문장이지만, 생전 처음으로 책 구절을 보고 책을 읽고 싶게 만든, 마음에 꽂히는 문장이였다. 주 내용은 몰락한 집안의 어느 여성의 사랑에 대해 뜨고 지게 되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였다.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 자신의 얘기를 소설의 주인공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후기(어디까지나 설이다. )를 보아 읽어보게 되었다. 주인공이 답답하고, 옆에 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비겁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한편에 들다가, 또 생각해 보면 조금은 측은한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이다.
글쎄, 보통 인간실격이 조금 더 유명하다고 하지만 애정 깊게 본 책은 사양인 것 같다. 내가 책을 읽게 한 저 구절 그리고 비교적 인간실격보단 밝은(절대적으론 어두운 분위기가 맞다. ) 내용이어서 그러지 않나 싶다. 사양은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싶다.
# 쏟아지는 서브 퀘스트.
SOMEDAY Fastival. 바베큐와 디저트. 올해 진짜 창업한 팀원들과 함께한 게 정말 많았었다. 사실 이렇게 자주, 어찌 보면 사적으로 팀원들과 자주 볼 줄은 팀에 참여한 초반까지만 해도 몰랐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보게 됐던 것 같다.
그중 기억나는 것 몇 개를 얘기해 보자면, 하나는 락 페스티벌에 다녀온 것인데, 아직도 어쩌다가 가게 됐는지 신기하다. 팀원 중 한 명이 술자리에서 다 같이 가실래요? 하다가 그 자리에서 결제를 하더니, 진짜로 가게 된 연유가 웃기기도, 신기하기도 한 그런 행사였다.
실제 가게 된 날은 9월 첫째 주 주말로 기억하는데, 진짜 무지 더웠었다. 습도도 습도지만, 태양이 마치 레이저를 쏘는 것 같았다. 바보같이 얼굴엔 선크림을 발랐지만, 팔에는 바르지 않아 팔이 진짜 다 탔었다.
그래도 나는 그 분위기가 정말 좋았었다. 해가 떨어질 때즈음, 나긋나긋 히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잔디밭에 앉아있던 게 기억에 가장 남는다. 또 하나는 그늘에서 카드게임을 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전날의 피로와 둘째 날 초반엔 볼만한 밴드가 없어 카드게임을 했었는데, 글을 작성하는 지금 생각해 봐도 머릿속에 뭔가 덥지만 하늘하늘한 기억이 난다.
마지막 하나는 집에서 몇 차례 만난 것이 생각한다. 회식 겸 해서 총 두 번을 보게 되었었는데, 메뉴가 약간의 차는 있지만 바비큐와 술은 꼭 들어있었다. 쓸 때마다 저 15만 원 언저리를 주고 산 불판이 정말 잘 샀구나 생각이 든다.
다들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드는 것 같다. 물론, 다들 가고 불판 닦는 게 조금은 뒤치다꺼리지만, 그 정도 할 만큼 꽤나 재밌었다.
아마 계속 이렇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딱히 모난사람도 없었고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비슷한 결을 공유하여 그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 모임을 알게 된 지 1년이 된 지금에서, 이렇게 돌이켜 봤을 때, 앞으로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 드는 사람들이다.
# 하나의 별.
집에 온지 한달이 되지 않았을 때. 10월 어느날, 내 품에서. 시루가 12월 26일 내 품을 떠났다. 나랑 살게 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19년 6월 기말고사가 끝난 어느 날, 시흥의 어느 분양소에서 데려와 같이 살게 되었다. 군대 있는 동안은 떨어져서 지냈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던 때 옆에 있어주던 친구였는데, 갑작스럽게 떠나버리게 되었다. 최근 약간은 행동이 줄어들고 조용해서, 나이가 들었나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신호였나 생각이 든다. 26일 이날도 큰 징후 없이 외출 후 돌아오니,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여 믿기지 않았었다.
그렇게 된 후, 시루는 27일 날 장례를 치러줬었다. 장례식장은 화성의 외딴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정말 이런 곳에 시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장례 방식은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염을 한 후 마지막 인사 뒤 화장을 진행하게 된다. 화장 때는 시루가 좋아하던, 사탕수수와 해바라기씨 그리고 당근스틱을 함께 넣어주었다.
장례 이후 처리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였다. 화장한 것에 대해 산에 매장하거나, 메모리얼스톤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으로 행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두 선택지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산에 매장하는 것은 매장 후 홀로 남겨지는 것이 조금은 쓸 쓸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메모리얼 스톤으로 제작하는 것은 계속 내 옆에 두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 인공적으로 잡아둔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집 앞 화단에 묻어주기로 결정하였다. 집 앞 화단에 묻게 되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점에 있어서 충족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화단의 땅이 얼어있는 겨울을 지나, 이번 봄에 뭍어줄 생각이다.
사실, 이렇게 장례를 치르고 난 지금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특히 내 헛기침에 반응하던 시루가, 빈 집에서 가끔 목을 가다듬을 때면 더 생각나곤 한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문안인사를 주고받던 대상이 사라지니 허전하기도 하다. 또, 다 지난 일이지만 그 일이 있던 당시 같이 못있어줬던 사실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아마 앞으로 향후 몇 년은 나와 같이 살아갈 동물은 못 키울 것 같다.
여기까지 이번 2024년 일어난 일들과 나의 몇 가지 소감에 대해 작성해 보았다.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아쉬운 일도 있었지만, 나름 그래도 괜찮은 한 해지 않았나 싶다. 마치 슈퍼 마리오의 물음표 상자와 같이,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는 그런 한 해였다. 아마 23년 12월 어느 날로 가서 내년엔 이런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얘기해 줘도, 그래? 그렇다고? 싶을 정도로 생각지 못했던 게 많았던 것 같다.
또 다른 한해, 2025년을 맞이하며 남은 파이 한 조각을 먹으러 떠난다.
시루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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