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거

Images #14 - 2024 상반기 2 / 2

Minseok Kwak 2025. 2. 3. 02:25

기사 공부를 하다가 공부하기 싫어서 잠시 돌아왔다.

 

# 5월

비에 젖은 장미와 코스모스.

24년은 비가 꽤 자주 왔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에 젖은 식물 사진들이 많다.

올해는 장미가 피게 됐었는데 너무 작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었다. 색상도 어렸을 땐 붉은색 장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과는 다르게 분홍색으로 개화했었다.

글쎄, 뭐가 색깔을 바꾸게 했을까?

 

코스모스 모종은 모종 틀에서 무럭무럭 자라 왼쪽 화단에 식재했었다. 나중에 꽃핀 사진을 보여주겠지만, 분명 주황, 분홍, 적색 품종을 섞어 심었었는데 주황색이 우세종으로 자라났는지 대부분 주황만 피었었다.

빵야빵야.

하루는 예비군을 갔었다. 올해로 2년 차인데 끝나려면 아직은 끝나려면 까마득해 보인다.

작년엔 내가 있었던 부대 뒤편에 있는 예비군장으로 갔었다. 이번엔 서초로 가게 되어 학교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갔었다.

 

사진은 나름 사격 결과가 괜찮아, 결과 확인 후 종이를 폐기처분 한다길래 아쉬워서 가져왔었다. 사진 찍을 땐 손떨림 방지가 없으면 다 흔들려서 나오는데 이건 어떻게 맞췄는지 의문이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려나?

우리 집에서, 창 밖.

우리 집(본가)에서 밖을 보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앞에 저층 아파트는 이전에 구로, 가리봉에서 근무하던 미혼 여성 대상 임대주택으로,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비어있던지 아마 10년이 훨씬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돼서 그런지, 저곳을 보면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DMZ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 철산에 살게 된 지 올해로 15년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 와서 계속 이곳에 살았었는데 올해 5 ~ 6월 즈음 이사를 가게 된다. 그래봐야 단지만 바뀌는 건데 여러 생각이 나긴 한다. 이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해 오래 살았던 곳을 떠나는 아쉬움보단, 새 집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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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지 내 집.
미국풍의 기자제들.

한 번은 용산 미군기지 공원에 가봤었다. 실제로 미군들이 거주하던 지역을 공원화한 것으로, 현재 기지 내에 대부분 병력이 철수한 상황이지만, 제독등의 이유로 일부만 공개되어 있는 상태이다.

 

안의 시설들은 미군이 사용하기에 미국식으로 대부분 맞춰져 있었다. 대표적으로 규정 속도 표지판이 있다. 미터법을 사용하는 우리는 km/h를 사용하지만, 미국 단위계를 사용하는 미국은 m(mile)/h(MPH)로 표기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SPEED LIMIT 10 MPH"와 같이 작성되어 있었다.

물리적으론 대한민국 내의 도로지만 이와 같이 한국법에 따르지 않는 표기가 가능한 이유는, 해당 기지가 대사관과 같이 주둔국의 땅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군 기지는 LA의 모 주소를 발급받게 된다.

한국의 작은 미국, 재밌는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상금.

5월엔 뜻하지 않은 좋은 일도 있었다. 해커톤에 나가 우수상을 받게 됐었다. 본래 창업 팀원들끼리 나가서 기능만 만들고 오자 했던 것이 생각 이상으로 결과가 좋았던 것이다.

 

주최사가 서울대 내 스타트업이기도 하고, 장소도 서울대인지라 대부분 서울대생이 많았었는데, 우리 팀은 서울대생이 없이 나갔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있었는데 없어진 것이다. 원래는 서울대 석사 과정을 하던 팀원이 같이 나가자 하여 등록하게 되었는데, 일정상의 이유로 오지 못하고 나머지 3명이 나가게 됐었다. 마치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그런 팀이 된 것이다.

 

나름 처음 나가본 해커톤이었는데, 기대 안 하고 나간 것치곤 꽤 괜찮은 수확이었었다. 또 하나 얻은 점이라면,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선 면대면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었다.

준비하는 수국과 지고있는 상사화 잎.
좌측 화단.

5월 말이 되면 상사화는 꽃을 피우기 위해 잎이 지고, 수국은 꽃을 피우기 위해 봉오리가 생긴다.

지고 있는 상사화 잎은 황금색을 띠는데 마치 들판의 벼 같은 색깔이다. 뭐.. 자세히 보면 지저분하긴 하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6월

본격적으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6월의 사진 폴더는 온통 수국(엔드리스섬머)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내가 키운 식물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었다.

 

6월 말서부터는 능소화도 피기 시작했었다. 다른 곳의 능소화들은 이미 피고 있는 와중에 우리 집은 피지 않아 섭섭하던 찰나 폈었다. 올해는 작년에 2 ~ 3 송이 핀 것 대비 훨 많이 달려있었다.

 

코스모스는 조금 일찍 피기 시작해서 일부가 개화했었다. 조그맣지만 고고히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 썩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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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의 개화와 완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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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같이 준비하고있는 능소화와 그의 꽃.
흰색 코스모스와 수국.

당시에 일조량이 풍부해 상당히 자유로운 사진 촬영이 가능했었다. 특히 꽃에 아웃포커싱을 많이 시도해 봤다. 덕분에 촬영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었다.

이전엔 적정 노출에만 맞춰 촬영했었다면, 이젠 피사체와의 거리, 조명의 밝기와 조리개 그리고 셔터 속도를 적절하게 사용 가능해진 것 같다.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도약이라 생각된다.

부여로.

한 번은 창업팀과 부여로 간 적이 있었다. 나까지 해서 3명이서 갔었는데, 행사는 뒷전이고 거의 술 마신 기억밖에 없다. 아마 막걸리 두 병, 위스키 한 병이었던 것 같다.

 

팀원이 모두 도착한 저녁엔 시내로 나가보았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전할머니맥주, 몇몇의 편의점 외의 모든 상점이 모두 닫은 것이었다. 심지어 롯데리아도 닫혀있었다. 시간이 아마 10 ~ 11시 사이에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까지 빨리 문을 모두 닫는 줄 처음 알았다.

 

모든 행사 종료 후부터 술을 마셨었다. 다들 술 취한 모습을 찍어뒀으나, 본인들의 프라이버시로 인해... 꽤나 재밌었었다.

고고한 연꽃.

다음날은 부여 시내의 카페에 갔었다. 카페 뒤편엔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이 있었다. 연꽃은 6월 즈음 피는지 꽃이 모두 피어있었다.

연못에는 연꽃뿐만 아니라 모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던 수련도 함께 식재되어 있었다. 보고 있자 하니 편안한 마음이 드는 풍경이었다.

 

사진은 여러 연꽃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가져와봤다. 꽤나 비현실적으로 통제된 마치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처럼 나와 마음에 든다. 나름 꽃 사진들을 찍으며 얻은 기술을 써먹어보았다.

사진을 보고 있자 하니 어디 탱화에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풍긴다.


이렇게 해서 24년 상반기까지의 사진을 정리해 보았다.

 

글 쓰기 시작한것이 1월 말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오늘로 벌써 2월 3일이다. 참 시간이 살면 살수록 빨리 가는 것 같다. 마치 물체가 낙하할 때 지면으로 가면 갈수록 속력이 올라가는 것처럼, 체감상 삶의 속력이 점점 빨라지는 듯싶다.

이것 참 큰일이다.

 

이유 없이 단게 당기기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기도 한 요즈음을 살아가고 있다.